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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팁

아나필락시스와 업무상과실치사죄(봉침 여교사 사망 사건을 보며)

by 달팽이는 작가가 되고 싶지 2021.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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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경 허리통증 치료를 받기 위해 한 한의원에서 봉침을 맞은 초등학교 교사 B씨가 '아나필락시스'로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해당 사건을 토대로 '아나필락시스'와 업무상과실치사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아나필락시스
봉침 아나필락시스 사망. 업무상과실치사


     

 

1. 아나필락시스 사망 사건의 개요(봉침 여교사 사망 사건)


허리통증 때문에 한의원을 찾은 초등학교 교사 B씨는 C한의원에 찾아가 A씨로부터 0.4ml의 봉침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B씨는 봉침을 맞고 불과 10분 뒤에 발열, 두통,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호소했는데, 이러한 증상을 보고받은 A씨는 같은 층에서 근무하는 가정의학과 의사 D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D씨는 혈압기 및 청진기를 가져가서 봉침을 맞은 B씨를 진찰하였는데, B씨가 신음을 멈춘 후 입가에 침을 흘리자 D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의원에서 에피네프린 등의 약을 가져와 B씨에게 투여했고 119 구급대가 오기 전까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였습니다.

B씨는 119구급대원에 의하여 다른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혼수상태에 빠져있다가 결국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2. 민사소송 및 형사소송 진행


결국 사망하게된 B씨의 유족은 봉침시술 전 피부검사 미시행, 아나필락시스 발생을 대비한 에피네프린 등 준비 미비, 사후 응급조치 미비, 설명의무 위반 등을 주장하며 A씨 및 D씨에 대하여 약 9억원의 민사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 하였습니다.

재판부는 봉침 시술 전에 환자에게 낮은 농도와 소량의 봉침을 이용해 피부검사를 시행해야하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다만 "사전 검사를 하는 이유가 환자에게 과민 반응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기에 실제 시술에 사용되는 약물의 양이 사전 피부검사에서 사용되는 약물의 양보다 낮은 경우에도 시술에 사용할 약물의 양보다 더 많은 양이 약물을 투여해 사전 피부검사를 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C씨가 별도로 사전 피부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과실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재판부는 A씨에게 아나필락시스 발생에 대비한 조치 및 협진체계를 갖추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여 A씨의 과실을 인정하였는데 “한의사가 면허된 범위 내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 그 의료행위에 따라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면, 그 부작용이나 합병증에 대해 면허된 범위 내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거나 그게 불가능한 경우에는 미리 협진체계를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면서 “하지만 C씨는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필요한 준비를 갖추고 있지 않을뿐더러 즉시 응급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병원과 협진체계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봉침을 시술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B씨가 이상 증상을 호소하였고 아나필락시스의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그러한 긴급한 상황에서 걸어서 D씨에게 도움을 청한 점과, 아나필락시스는 긴급을 요하는 것인데 119구급대에 7분이 지난 시점에 신고한 점 등을 이유로 A씨의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봉침 시술 전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성 및 사망가능성 등의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민사재판에서 재판부는 A씨의 과실을 인정하며 유족에게 4억7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습니다.

민사소송 제기와 동시에 A씨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되었는데, 해당 형사재판에서 재판부에서는 A씨에 대하여 금고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해당 재판부는 "피고인은 죄질이 매우 불량한데도 '아무런 과실이 없다'고 주장하며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고 있다"라고 하면서 "피고인이 효율적인 치료를 위해 봉침 시술을 했을 뿐이고 의도하지 않은 결과(사망 사고)가 발생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3. 아나필락시스란?


아나필락시스의 정의 및 설명은 아래와 같습니다.

[정의]
아나필락시스(아나필락틱 쇼크)는 갑자기 발생하는 심각한 전신적 알레르기 반응으로 호흡곤란, 기절, 저혈압, 쇼크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급격하게 진행하는 전신적인 중증 알레르기반응이고 단시간 내에 여러가지 장기의 급격한 증상을 유발하여, 제 때 적절한 처치를 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증상]
전신두드러기, 가려움증, 홍조 등의 발생과 함께 호흡곤란, 천명, 기도 수축, 협착음, 저산소증, 혈압감소 또는 저혈압으로 인한 말초장기 기능 장애와 관련된 증상(저혈압, 실신, 실금)등이 아나필락시스의 증상입니다.

[처치]
아나필락시스의 처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에피네프린 투여이며 보조적으로 기관지확장제,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제 투여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아나필락시스는 소설, 애니매니션, 드라마의 소재가 되기도 하는데, 탐정 만화로 유명한 '명탐정 코난'에서도 '글램핑 괴사건'이라는 에피소드에서도 나온 바가 있습니다.

 

 

4. 업무상과실치사죄란?


형법 제266조는 과실치상, 제267조는 과실치사, 제268조에서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중과실치사상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란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한 죄를 의미합니다.

 

 

가.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

 

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나. 업무상 과실이란

 

업무상과실이란, 일정한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그 업무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태만히 한 경우를 말합니다. 여기서 업무란 사람이 사회생활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반복적으로 행하는 사무를 말합니다.

이때 주된 업무·부수적 업무, 보수의 유무, 영리목적·오락목적, 면허·무면서, 적법·부적법의 여부를 불문하며, 단 1회의 행위라도 장래 반복·계속의 의사만 있으면 계속성이 있다고 봅니다.

예를들면, 배달을 하기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사람을 치어 다치게 한 경우에는 업무상 과실치상죄가 성립되나, 일이 아니라 호기심에 한번 오토바이를 타다가 사람을 치어 다치게 한 경우에는 업무상 과실치상죄가 아닌 일반 과실치상죄가 성립됩니다.


참고로 중과실이란 현저하게 주의의무를 태만히 한 경우를 의미하고, 통상의 주의의무를 태만히 한 경우의 경과실과 구별되는데, 업무상 과실과 중과실은 형법상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습니다.

 

 

다. 과실범의 성립요건

 

과실범은 ① 범죄사실의 불인식 ② 정상의 주의태만(부주의) ③ 결과발생·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범죄사실의 불인식' 이란 심리적 요소로, 과실범이 되려면 범죄사실에 대한 인식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주의' 란 규범적 요소로, 범죄사실을 불인식 한 것이 행위자가 정상의 주의를 태만히 하여 발생한 것임을 의미합니다. 즉, 제대로 주의를 했더라면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는가? 그 예견으로 결과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는가?에 관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주의의무는 '사회일반인의 주의능력'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행위자의 특별한 능력은 고려하지 않고 특별한 지식과 경험은 판단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결과발생·인과관계 및 객관적 예견가능성' 이란, 과실범이 성립하려면 일정한 결과발생이 필요한데, 단순히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에 그쳐서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과실범이 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과실범이 되기 위해서는 그 결과발생과 주의의무 위반 사이에 인과관계가 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라. 과실범의 처벌을 제한하는 원리

 

삶을 살아가다 보면 모든 일들이 일정한 주의를 필요로하고 있는데, 주의의무 위반을 언제나 과실범으로 처벌한다고 한다면 그 누구도 제대로 살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허용된 위험(현대산업사회에서 필수불가결한 업무인 자동차 교통, 공장 운영 등)에 대하여는 필요한 안전조치를 다하면 일정 허용범위 내에서는 범죄결과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과실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이론과,

스스로 교통규칙을 준수한 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도 교통규칙을 지킬 것이라고 믿는 신뢰의 원칙에 의하여 과실범처벌이 제한되기도 합니다.

 

마. 과실범의 위법성과 책임

 

과실범에 있어서도 정당방위, 긴급피난 등의 위법성조각사유가 있으면 위법하지 않게 됩니다. 한편, 과실범은 책임을 지려면 책임능력, 위법성의 인식, 기대가능성, 책임조각사유의 부존재를 필요로 하고, 주의의무위반과 예견가능성도 필요합니다.

 

바. 과실범의 처벌

 

형법에서는 고의범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므로, 과실범은 법률에 특별히 규정되어 있어야 처벌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과실범에 대한 규정은 명문으로 명백하고 명료해야 합니다.

 

사. 소결

 

따라서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업무상으로, 과실에 의하여(① 범죄사실의 불인식 ② 정상의 주의태만 ③ 결과발생·인과관계)사망 또는 상해가 발생하고, 과실범의 처벌을 제한하는 원리나 위법성 조각사유가 없으면 성립할 수 있습니다.

 

 

5. 마치며

 

위 봉침 여교사 사망사건에서 재판부는 피해자 B씨에게 봉침을 시술한 A씨에 대하여 위와 같은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법리를 기반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A씨의 봉침 시술행위는 당연히 A씨의 업무범위 내에 이루어진 것이고, 아나필락시스 발생에 필요한 조치의 준비 및 협진체계 구축 미비, 환자에게 봉침시술 전 아나필락시스에 대한 위험성 등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 등의 과실이 인정되고, 그러한 과실로 인하여 B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므로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인정된 것입니다.

다만, 위와 비슷한 사건에서 재판부는 아래와 같이 판시하면서 봉침시술을 한 한의사에 대하여 업무상과실치상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는데, 봉침 여교사 사망 사건의 최종 판결이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봉침시술을 하려면 우선 시술자는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환자의 질병 상태, 체력, 시간 등의 종합적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여 봉침 시술이 적절한 지를 판단하여야 하고, 치료과정이나 알레르기 반응에 관하여 환자나 보호자 등에게 충분히 설명한 후 그 동의하에 시술하여야 하며, 시술 후 발생할 수 있는 알레르기 반응이나 아나필락시 쇼크 등에 대하여 이를 예측하고 준비하여야 하며, 시술 전에 알레르기 반응검사(skin test)를 거쳐야 하는데
(중략)
아나필락시 쇼크는 봉침 시술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과민반응 중 전신·즉시형 과민반응으로서 10만명당 2 ~ 3명의 빈도로 발생하고 봉독액 용량과 반응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이를 사전에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더군다나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실시하여 이상 반응이 없더라도 이후 봉침 시술과정에서 위 쇼크가 발생할 수도 있는 점(즉, 아나필락시 쇼크는 봉독에 대한 인체내의 항체가 축적되어 어느 순간에 나타나는 것으로 skin test시까지의 축적된 봉독량으로는 전혀 그 증상이 발현되지 아니하다가 그 이후 봉침 시술로 인하여 한계 시점에 이르면 그 쇼크가 발현되는 것으로 skin test로 아나필락시 쇼크의 발현을 예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벌독 알레르기는 항원·항체 반응으로서 아나필락시 쇼크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닌 점을 종합해 보면, 비록 피고인 1이 피해자에게 봉침을 시술하면서 봉침 시술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하여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채 직접 피해자의 환부인 목부위에 봉침을 시술한 잘못은 인정되나, 다른 한편으로 피고인 1이 피해자에게 봉침을 시술하기 전에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제대로 실시하였다면 피해자에게 발생한 아나필락시 쇼크를 예견할 수 있었다거나 그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앞서 본 바와 같이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위한 봉독액 주사로도 아나필락시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인다) 피고인 1이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잘못으로 피해자에게 아나필락시 쇼크가 발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고, 더군다나 피해자가 3년간의 지속적인 면역치료를 요하는 상태에 이른 것은 피해자의 체질로 보일 뿐 그것이 피고인의 봉침 시술로 인하여 발생한 상해라고 보기도 어렵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도10104, 판결]


또한, 최근 코로나 백신에 대한 아나필락시스 위험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2021년 5월경 광주에서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맞은 80대 노인이 아나필락시스 증세를 보이며 사망한 사건이 있어서, 코로나19 백신에 대하여도 아나필락시스 위험성에 대한 연구 및 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래 기사에서는 코로나 백신을 접종한 건 중 28건 정도가 아나필락시스로 의심되고 10건 정도가 백신과 인과성이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코로나 백신에 대한 아나필락시스에 대해서도 그 추이를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http://yna.kr/AKR20210614113600530?site=popup_share_copy(출처:연합뉴스 문다영 기자)

 

아나필락시스 10건 백신 인과성 인정…사망 30건-중증 6건은 불인정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문다영 기자 =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사망하거나 중증 이상반응이 나타났다고 신고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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