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은 그동안 단순히 기분 나쁜 정도에 그치는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되어 왔지만, 얼마든지 성범죄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행동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되었고 2021년 10월 21년부터 시행되었는데, 아래에서는 스토킹 처벌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1. 스토킹 처벌법 주요내용
1) 스토킹 범죄란?
스토킹의 문제점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집요하게 따라다니면서 그 사람을 괴롭히는 행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에는 좋아하는 사람을 따라다니기만 하는 것인데 무슨 죄가 되느냐고 따져 물을 수도 있었고 고소를 당해봤자 경범죄로 처벌받기만 하여 사회적으로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 기존 경범죄로 처벌되는 경우 10만원 이하의 범칙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되면서 좋아하는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집에도 찾아가고, 직장에도 찾아가는 등의 행위는 이제 명백하게 범죄행위가 됩니다. 이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구애하는 문자를 보내거나 길을 막거나, 집 앞에 원하지도 않는 선물을 자꾸 가져다 놓는 행위들 모두 스토킹 범죄에 해당하게 됩니다.
스토킹처벌법 제2조에서는 스토킹행위에 대하여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하여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하면서 구체적으로 다음의 행위들이 스토킹 범죄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 주거, 직장, 학교, 그 밖에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이하 “주거등”이라 한다)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 우편ㆍ전화ㆍ팩스 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1호의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글ㆍ말ㆍ부호ㆍ음향ㆍ그림ㆍ영상ㆍ화상(이하 “물건등”이라 한다)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물건등을 도달하게 하거나 주거등 또는 그 부근에 물건등을 두는 행위
- 주거등 또는 그 부근에 놓여져 있는 물건등을 훼손하는 행위
2)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은?
위에서 설명하고 있는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 그러나 칼이나 둔기같은 흉기나 기타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여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되어 더욱 가중된 형을 받게 됩니다. 이는 형법에서 특수폭행이나 특수상해죄와 같은 조문을 차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형법에서 특수폭행 및 특수상해는 여러사람이 단체로 하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범죄를 저지른 경우를 의미합니다.
3) 응급조치, 긴급응급조치, 잠정조치
스토킹처벌법에서는 사법경찰관(리)에게 피해자의 구호를 위해 응급조치, 긴급응급조치, 잠정조치를 할 수 있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 응급조치
- 스토킹행위 제지, 스토킹행위 중단 통보, 지속·반복적 행위에 대한 처벌 경고
- 스토킹범죄자와 피해자의 분리, 수사
- 스토킹범죄 피해자에 대한 긴급응급조치, 잠정조치 절차 안내
- 상담소 또는 보호시설로 인도(동의한 경우)
▶ 긴급응급조치
- 스토킹 피해자, 집 등으로부터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
- 전화, 문자 등을 이용한 접근 금지
▶ 잠정조치(병과 가능)
- 스토킹범죄행위 중단에 대한 서면 경고
- 스토킹 피해자, 집 등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접근 금지
- 전화, 문자 등을 이용한 접근 금지
-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유치
2. 스토킹 처벌법에 대한 비판과 문제점
1) 실질적 보호조치의 부족
사회적인 요청에 힘입어 스토킹 처벌법이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단체에서는 스토킹 처벌법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스토킹을 반복적인 범죄행위로 규정하여 단회적인 행위일 때는 처벌하기 힘들 다는 점, 반의사불벌죄 조항,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한 지원제도가 미비되었다는 점 등 때문인데, 단순히 스토킹을 범죄로 규정하였을 뿐 피해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조치는 미비하다는 것입니다.
사회의 인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변하고 있고, 이전에 별일도 아닌 것처럼 여겨지던 스토킹이 이제는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범죄행위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어서 1년을 쫓아다녔는데 결국은 그 사람의 마음을 얻어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라는 전설적인 이야기는 이제는 범죄 행위로 규정되어 더 이상 미담(?)이 될 수 없게 되었습니다.
2) 실질적으로 강력범죄를 막지 못함
스토킹 범죄를 분석해보면 집요하게 상대방을 따라다니거나 귀찮게 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당한 비율로 폭력, 성범죄, 살인 등의 중범죄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스토킹 처벌법 긴급응급조치, 응급조치, 잠정조치 등의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실질적으로 범죄자들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라고 해 봤자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가 다 일뿐, 사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접근 금지 조치를 어길 수 있고 실질적으로는 강력범죄를 막을 수 없습니다.
사실상 피해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조치는 바로 범죄자의 구속인데, 이처럼 미온적인 법 제정 때문에 입법자들이나 관료들이 스토킹범죄의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기 못하고 구색만 갖춘 법을 만들어 놓고 만족해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비판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스토킹처벌법 관련한 논문들을 보면 스토킹 범죄자들에 대한 일회적인 처벌만으로는 궁극적으로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할 수 없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스토킹범죄의 특징상 한번 처벌을 받더라도 다시 같은 상대에게 스토킹 행위를 계속할 수 있고 보복범죄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이 단회적인 처벌과 응급, 잠정조치만을 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전반적인 삶에 적용될 수 있는 구체적이면서 실효적인 입법 및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3) 양형기준의 미비
해당 범죄에 대해 실질적으로 얼마 정도의 형을 부과해야 하는지는 양형의 문제입니다. 이런 양형기준을 정하는 것은 양형위원회의 소관인데, 아직 구체적으로 양형기준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행위까지가 허용되는 수준이고 어느 선에 이르면 범죄가 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아직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이고, 어느 정도의 형량이 스토킹범죄에 적절한 수준인지 정하는 기준도 논의가 되어야 합니다.
최근 2021년 10월경 스토킹처벌법 위반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아직 구체적인 양형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판사들이 어떤 기준으로 처벌을 내릴지도 궁금합니다.
3. 스토킹 범죄 사례
스토킹 범죄가 위험하다고 시민들에게 알려지게 된 데에는 최근 여러 건의 스토킹과 관련된 사건 때문인 것 같습니다.
[노원구 세 모녀 살인사건]
올해 초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 사건이 있었습니다. 김 씨는 작년 게임에서 알게 된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스토킹 하다가 끝내 잔혹하게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안산 스토킹 살인미수 사건]
올해 4월경 A 씨는 직장동료인 B 씨가 사는 다세대주택에 쫓아 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며 얼굴과 목 등을 수차례 찌른 혐의로 체포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B 씨의 의사에 반하여 수차례 연락하고 집에까지 찾아가는 스토킹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되기 전이어서 스토킹 처벌법의 적용은 되지 않았습니다.
4. 최근 스토킹처벌법 개정안 논의
최근 국민의힘 이영 의원 등은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을 발표하였습니다. 현재 법령에 따르면 스토킹범죄자가 긴급응급조치에 응하지 않는 경우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이영 의원의 개정안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 수위를 상향시킨다는 것입니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도 긴급응급조치 기간을 1개월에서 2개월로 상향시키고, 위반자에게는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사견으로는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가해자를 더욱 엄중하게 처벌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하는 바이지만, 이러한 개정안의 방향이 실질적으로 스토킹범죄를 차단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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