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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팁

[통신비밀보호법, 헌법] 대화자 사이의 녹취(녹음)는 불법일까?

by 달팽이는 작가가 되고 싶지 2021.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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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자 사이에 몰래 녹취하는 것이 통신비밀보호법상 불법이 될까요? 이에 대해 아래에서 공유하고자 합니다^^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때 상대방과 대화하면서 녹음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는 녹음기를 가지고 다녔다면 요즘에는 스마트폰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나 녹음이 가능하게 되었지요. 게다가 갤럭시 스마트폰의 경우에는 통화할 때 자동으로 녹음해주는 기능이 설정되어 있어서 녹음을 의식하지 않아도 쉽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녹음이 너무 쉽게 이루어지다보니 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이 정말 괜찮은걸까? 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1. 통신비밀보호법상 녹음


통신비밀보호법에서는 법에 따르지 않는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 한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게 됩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
①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ㆍ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경우에는 당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

제14조(타인의 대화비밀 침해금지)
①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

 

그런데 법 문언을 잘 보면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금지하는 것은 '타인간'의 대화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대화 당사자끼리 대화 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금지하는 '녹음'이 아니기 때문에, 대화 당사자가 해당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닙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도 아래와 같이 판시하고 있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라고 정한 것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그 대화를 하는 타인들 간의 발언을 녹음해서는 아니 된다는 취지이다. 3인 간의 대화에 있어서 그 중 한 사람이 그 대화를 녹음하는 경우에 다른 두 사람의 발언은 그 녹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 간의 대화’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와 같은 녹음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도4981, 판결).

 

 

 

2. 대화자 사이의 대화라도 동의를 받지 않고 녹음하면 '음성권' 위반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상대방의 동의 없는 녹음은 위법할 수 있다는 판례가 나왔는데, 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한 것이 아니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음성권' 침해에 관한 내용입니다. 녹음에 관하여 기존에는 통신비밀보호법으로만 판단하고 있었는데 헌법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된 유의미한 판례인 것 같습니다.

해당 판례에서는 '음성권'은 헌법상 보장된 인격권에 속하는 권리이므로 동의 없이 상대방의 음성을 녹음하거나 재상, 방송, 복제, 배포하는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위법성 조각 사유를 설명하면서 "녹음자에게 비밀녹음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당한 목적이나 이익이 있고 비밀녹음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져 사회윤리 또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녹음자의 비밀녹음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은 행위로서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 하였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함부로 녹음되거나 재생, 방송, 복제, 배포되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음성권은 헌법 제10조 제1문에 의하여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권리이므로, 음성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그러나 녹음자에게 비밀녹음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당한 목적 또는 이익이 있고 녹음자의 비밀녹음이 이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져 사회윤리 또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녹음자의 비밀녹음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은 행위로서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가 원고의 동의 없이 원고의 음성을 녹음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녹음행위로 원고의 음성권이 다소 침해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져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의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7. 10. 선고 2018나68478 판결).


이전까지는 단순히 대화자끼리의 녹음은 괜찮다! 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만, 위 판결이 나온 이상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은 녹음은 대화자 사이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라도 위법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게 되었습니다.

혹자는 '그러면 이제 소송이나 고소를 위해서 녹음하는 것도 금지되는 것이냐'라는 의문을 제기 할 수 있는데, 위 판례에서 위법성 조각사유로 든 이유를 보면 반드시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나68478 판결에서 설명한 위법성 조각 사유 설명]

① 피고는 D과 대화하던 중 원고가 계속하여 대화에 끼어들며 피고에게 교무실에서 나가라고 소리치자 녹음을 하기 시작하였는데, 원고의 음성이 비밀리에 녹음된 부분은 약 23초에 불과하며, 그중 절반 이상은 피고와 D이 대화하는 부분이다.
② 피고는 이 사건 이전부터 원고와 사이가 좋지 않은 편이었고, 종전에도 원고가 피고에게 고성을 지르는 일이 있어 원고에 대하여 피해의식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사건 당시 원고가 피고에게 교무실에서 나가라며 계속하여 소리치자, 원고의 행동을 제지하거나 피해사실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하여 녹음을 하게 된 것으로 보여 그 필요성 및 긴급성을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다.
③ 녹음된 원고의 음성은 원고의 내밀한 사생활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피고에게 교무실에서 나가라는 취지의 내용뿐이고, 그 발언도 공개된 장소인 교무실에서 여러 사람이 듣는 가운데 이루어졌는바, 원고의 음성권 침해 정도가 미약하고, 원고의 내밀한 사생활이나 비밀영역을 침해한 것도 아니다.
④ 피고는 녹음파일 및 녹취록을 이 사건 소송과 관련하여 법원에 제출하거나 형사 사건의 수사를 위하여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방식으로만 사용하였다.
⑤ 원고는, 이 사건 녹음 내용에 원고의 발언이 얼마 없다거나 피고가 녹음내용을 다른 곳에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 원고에 대한 명예훼손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을 정당행위의 근거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의 음성권 침해행위를 둘러싸고 원고와 피고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을 통하여 침해행위의 위법성을 가려야 한다.

 

 

* 해당 글은 글쓴이 개인의 의견이므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하여는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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