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성폭행 당하는 여자를 도와주지 않고 무시했다는 글이 올라와 다시 착한 사마리아인 법에 대한 논쟁가 뜨거워지고 있는데요, 아래에서는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무엇이고 왜 논쟁이 되는지 나눠보고자 합니다.
1. 착한 사마리아인 법의 유래
'착한 사마리아인 법'(good samaritan law)은 성경에 나온 이야기에서 파생된 법입니다. 성경 누가복음 10장의 내용이 그것인데 누가복음 10장 30절 이하에서는 아래와 같은 말씀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갑자기 강도를 당했는데 그 강도들이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마구 때려 이 피해자는 거의 죽기 직전까지 내몰립니다. 그런데 신을 가장 가까이에서 모시면서 인자함이 넘쳐야 할 제사장이나, 순결하고 신실하다고 칭송받는 레위인은 피해자가 거의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지나가 버립니다. 그런데, 당시 제사장이나 레위인같은 유대인들에게 개 취급을 받으며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하는 한 사마리아인이 강도 당한 자의 모습을 보고 포도주로 소독하고 근처 여관에 쉬게 하여 보살핍니다. 이 착한 사마리아인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여관 주인에게 두 데나리온이나 쥐어주며 그 사람을 돌봐 줄 것을 부탁하기까지 합니다.
* 1 데나리온은 당시 비숙련 노동자의 일당
2. 착한 사마리아인 법의 의미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란, 다치거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독한 상황 등에서 이러한 사람을 고의로 구조하지 않는 사람을 처벌하는 법을 의미합니다. 비슷한 의미로, 자신에게 특별히 위험을 발생시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조하지 않는 사람을 처벌하는 법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3. 착한 사마리아인 법의 입법례
① 프랑스
프랑스 형법 제63조 제3항은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이 있을때 본인이 위험에 빠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의로 구조해주지 않는 자는 3개월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360프랑 이상 15,000프랑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적용한 가장 잘 알려진 사례로는, 1997년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사진만 찍고 아무런 구조행위를 하지 않은 파파라치가 이 법에 의해 처벌을 받았습니다.
당시 언론 자료에 의하면 사고 직후 적절한 구조만 되었어도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고 합니다.
② 독일
독일 형법 제330조는 “도움이 요구됨에도, 단 하나의 위함도 없이 그리고 다른 더욱 중요한 의무를 위배하지 않을 수 있음에도 사고나 공공의 위험 또는 위기에 처해 있는 자에게 도움을 지지 않는 자는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③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에서도 재난사고나 공공의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사망 또는 현저한 신체상해, 건강침해로부터 구조를 불이행 한 자에 대해, 6월 이하의 자유형 또는 360일 이하의 일수벌금형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④ 스위스
스위스에서도 부상자 또는 생명이 위태로운 사람의 구조행위를 불이행하거나 구조행위를 못하게하거나 방해하는 행위를 한 자에게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일수벌금형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⑤ 미국
이 외에도 미국 버몬트주, 미네소타주에서는 신체적 손상을 당한 사람에 대해 구조행위를 불이행한 자에 대해서 각각 100달러, 300달러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고, 메사추세츠주에서는 강간죄, 살인죄, 무장강도죄에 대한 신고를 미이행한 자에게 500달러 이상 2,500달러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4. ‘착한 사마리아인 법’ 왜 논쟁이 되는지?
‘착한 사마리아인 법’의 법제화 문제는 모르긴 해도 ‘공동체 의식’을 존중할 것인가 개인의 자유를 존중할 것인가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개인주의적 입장에서는 극단적으로 남이사 어떻게 되든 구조할지 말지는 개인의 자유이지 그것을 법제화하여 의무로 할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어느 한 공청회에서 착한 사마리아인 법에 찬성하는 패널은 “최소한의 윤리에 반하는 개인의 무관심과 탈연대성은 형법적 통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고 이어서 “형법상 법익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기초적인 윤리성의 관점에서 볼 때 착한 사마리아인 법의 법제화는 결코 과도한 형법적 통제라고 보여지지는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반면, 법에 반대하는 측의 패널은, “형법에 의해 도덕을 강제한다면 개인의 양심에서 도덕성을 앗아가는 결과를 앗아간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구조하지 못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 이외에 모두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불합리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쉽게 정리하자면, “착한 사마리아인 법은 공동체 의식을 지키고 최소한의 윤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필요한 법이다”라는 찬성하는 입장과, “착한 사마리아인 법의 법제화는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고, 모든 경우에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오히려 불합리하다”라는 반대측 의견으로 나뉩니다.
서두에 소개한 한 커뮤니티의 글이 논란이 되는 이유가 바로 위에서 본 찬성과 반대 의견에서와 같은 구도인데, 글쓴이는 괜히 어려움에 처한 여성을 도와준다고 나섰다가 오히려 가해자로 몰릴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모른척하고 도와주지 않은 것이라는 입장인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와주는게 인지상정이지 또는 신고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반대 입장이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2017년 부산의 한 여중생이 집단으로 폭행을 당하며 대로변에서 300m나 머리채를 잡히거나 폭행을 당하면서 끌려갔는데, 이를 목격한 시민들 중 한 사람도 도움을 주거나 신고하지 않았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대로변에서 끔찍한 집단 폭행을 당하는데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은 사건을 보면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필요한지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이러한 끔찍한 사고에 대한 방관의 문제는 비단 한국의 문제만은 아닌데요, 2006년 중국 난징에서는 버스정류장에서 한 할머니가 사람에 밀려 넘어졌는데 펑위라는 사람이 쓰러진 할머니를 도와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처구니 없게도 그 가족은 할머니를 도운 펑위에게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고, 더욱 어처구니가 없게도 법원은 펑위에게 할머니의 치료비 중 40% (한화 약 77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합니다. 중국의 악명높은 ‘웨이관’(방관)문화는 이 사건에서 시작했다고 전해집니다.
2019년 11월경에는 등교하던 9세 소년이 괴한의 습격을 받았는데 이 괴한은 아무런 이유없이 소년을 깔아뭉개고 흉기를 휘두르며 목을 졸랐습니다. 30동안이나 폭행을 당한 이 소년은 결국 숨졌는데 그동안 가해자를 저지하거나 소년을 돕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 장소에는 소년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촬영만 할 뿐 돕는 사람은 없었던 것입니다.
5. ‘착한 사마리아인 법’ 법제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법은 공정해야 하며 특히 사람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은 신중하게 제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착한 사마리아인 법 제정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굳이 기존에 없는 법을 만들어 사람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는 주장을 하겠고, 법 제정에 찬성하는 측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사람의 자유를 지키려다 서로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사회가 만연해지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반문을 할 것입니다.
법 제정에 반대하는 측의 입장은 단순히 보면 이기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도덕의 영역을 법제화 한다는 것은 쉽게 생각할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법이 일단 제정이 되면 사람들은 법의 지배를 받아 권리 의무가 제한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지요. 그럼에도 어려운 일에 처한 사람을 아무도 돕지 않는 것에 많은 사람이 분개하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사람은 도와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지닌 사람 또한 많다는 것이겠지요.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의 법제화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참고 글 ▼
* 해당 글은 글쓴이 개인의 의견이나 정보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하여는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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